그 글자들을 고윤희도 보았다. 카드 위에 적혀있는 글씨체가 예뻤지만, 여우 같은 공격적인 필체였다. 이 글씨체를 본 고윤희는 그저께 아침 국제우편을 전달하던 그 여자 택배기사가 생각났다. 고윤희는 이 글씨체가 주는 느낌이 그 여자와 매우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경민아, 나 돌아왔어. 누구일까? 직감은 고윤희에게 남자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공적인 일도 아닐 테다. 사적인 일인가? 고윤희는 마음이 덜컥 가라앉았다. 구경민은 보고 빠르게 카드를 접었고, 무표정으로 고윤희를 보았다. “경민아......” 고윤희가 부드럽게 불렀다. 구경민은 대답하지 않았다. 표정엔 귀찮음이 보였다. 고윤희는 불안해서 물었다. “경민아, 내가 뭐 잘못했어?” 구경민은 차갑게 말했다. “네 생각엔?” 구경민의 말투는 차가웠다. “너는 서 씨 집안 어르신이 소경이한테 어떤 의미인지 모르지?” 고윤희는 입술을 깨물었다. “모… 몰라.” 그녀의 생활은 늘 평범했다. 바깥 세상에 관해서 거의 묻지 않았고, 특히 복잡한 인간관계에 대해선 고윤희는 피할 수 있으면 피했다. 그녀는 그저 서 씨 집안 어르신이 부소경에게 은인이라는 말만 들었지 그 의미는 알 수 없었다. “크나큰 은혜를 빚졌어! 그래서, 소경이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서 씨 어르신한테 늘 한발 물러서는 거고. 그게 임 씨가문 사람들이 날뛰는 이유기도 하지. 나랑 소경이는 이틀동안 F그룹에서 대책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결국…” 구경민은 고윤희를 향해 소리쳤다. “네가 정아 씨랑 선희 씨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대놓고 서 씨 집안 어르신을 도발했어. 너희가 그렇게 할수록 서 씨 집안 어르신이 잡을 수 있는 약점이 더 많아진다는걸 알기나 해?” 고윤희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럼… 이제 어떡해?” 그녀는 갑자기 너무 긴장되어서 우편 일은 잊고 말았고, 마음이 온통 신세희에게로 향해서, 구경민의 표정변화를 눈치채지 못 했다. 구경민은 정장 주머니 안에서 카
그래서 이 순간, 그녀는 어떠한 이유로도 그를 탓할 수 없었다. 고윤희는 갑자기 자신이 우습다고 생각했다. 지난 주, 신세희 가족이 가성섬에서 돌아왔을 때, 신유리는 그녀에게 무서운 인형 하나를 주었다. 사실 그건 그녀에게 아이를 갖으라는 의미였다. 그녀는 속으로 정말 그럴 생각이었다. 그녀는 원래 용기를 내어 구경민에게 말할 생각이었다. “경민아, 우리가 함께한지 벌써 이렇게 오래됐는데, 너도 나이 먹었고, 나도 나이 먹었으니, 아이 하나 갖을까?” 그녀는 정말 용기 내서 구경민에게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최근 이틀동안 서 씨 집안 어르신이 신세희에게 신장을 요구하는 일이 발생했고, 그녀는 이 얘기를 보류하게 되었다. 이 얘기를 꺼내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아니면 정말 조금의 체면도 남기지 못 할 뻔했다. “괜찮아 경민아. 네가… 나한테 신세진 게 있는 것도 아니잖아.” 고윤희는 여전히 부드럽게 웃었다. 그녀는 카드를 다시 구경민에게 건넸다. “그동안, 매달 나한테 용돈주고, 그 용돈도 충분히 많았어. 그정도면 거의 대기업 사원급 월급이었어.” 그는 매월 그녀에게 돈을 준 건, 그건 그녀에게 옷도 사고 용돈으로 쓰라고 준 거여서, 그는 그녀가 이 돈을 다 모으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녀가 돈을 모으길 바라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웃으면서 말했다. “나 그동안 용돈으로 돈 많이 모았어. 그래서 경민아, 나한테 따로 돈 더 주지 않아도 돼.” 구경민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얌전했다. 그를 오랫동안 따라다니면서, 한번도 걱정을 시킨 적이 없었다. 그녀를 동물이나 화초 같은 걸로 비유하자면, 그녀는 잘 키울 수 있고 말 잘 듣는 그런 류였다. 비바람이 불어와도, 아무리 춥고 힘들어도, 아무리 그가 그녀를 생각하지 않을 지어도, 그는 매일 집에 돌아오면 그녀가 항상 얌전히 그곳에 있는 걸 보았다. 그녀의 존재를 무시할 수 있을 정도였다. 피곤하거나 짜증이 날 때도 그녀는 도움
고윤희:“......” 여자는 또 물었다. “경민이가 고용한 하녀예요?” 고윤희는 입술을 깨물고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주먹을 더 꽉 쥐었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눈 앞에 있는 이 여자의 얼굴을 찢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여태 사람을 때려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 그저 몸을 돌려 비참하게 여자를 비껴 나간 뒤 도망치듯이 뛰어나갔다. 한숨에 구경민의 별장에서 달려나왔다. 여긴 산 꼭대기였다. 별장 밖은 풍경이 매우 아름다웠다. 그러나 고윤희의 눈 앞은 깜깜했다. 그녀는 자신이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이게 현실인가? 자신을 꼬집고 통증이 느껴지는 걸 보니, 이건 진짜였다. 이제부터 그녀와 구경민은 아무런 사이도 아니다. 아무 사이도 아닌건가? 그럼 그녀는 어떻게 되는 거지? 34-35살의 여자는 돌아갈 집도 없고, 친척도 없고 가족도 없었다. 그리고 최근에 사귄 친구 신세희는 지금 아직 위기에 처해있었다. 그녀는 어디로 가야할까? 이번생에 다시 구경민을 만날 수 있을까? 그는 그녀의 남자였다. 그녀가 목숨처럼 여기던 남자였다. 이렇게 정리한다고 해서 아무 사이도 아닌 게 되는 건가? 고윤희는 공허한 눈빛으로 별장을 보았고, 그녀는 가지 않고 풍성한 나무들 옆에서 자신의 모습을 감춘 뒤 구경민의 별장쪽을 보았다. 이 순간, 구경민은 벌을 주는듯한 눈빛으로 눈 앞에 여자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그가 10년 전에 만났던 여자친구 최여진이었다. 최여진은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구경민을 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어제의 그 올리브색 유니폼을 입고 있었고, 그녀가 입고 있으니 옷빨도 잘 받고, 매혹적으로 보였다. “못된 남자야! 10년 동안 안 만났는데, 안 보고싶었어?” 최여진이 구경민에게 말했다. 구경민이 명령했다. “이리와!” 여자는 구경민 앞으로 다가갔고, 거의 구경민 바로 앞까지 가서 발꿈치를 들어 살짝 구경민의 발을 밟았다. 그녀는 힘이 약
구경민은 정색하며 말했다. “안 쫓아낸 게 아니야. 이틀동안 내가 좀 바빴어.” “오빠는 쟤를 아끼고 있잖아.” “맞아!” 구경민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여자는 화가 나서 얼굴이 다 빨개졌다. “오빠 정말…” 그리고 그녀는 팔을 들어 구경민을 때리려고 했다. 그러나 구경민은 그녀의 가녀린 팔을 잡았다. “그 사람은 내 옆에 오랫동안 함께했어. 공로는 없어도 노고는 있지. 저 사람이 반려동물도 아니고, 설령 반려동물이라고 해도, 나랑 몇 년동안 함께 했으니 마음대로 버릴 순 없어.” “아니! 오빠는 꼭 버려야 해!” 여자는 두 눈에 눈물을 머금고, 분노한 눈빛으로 구경민을 보았다. 구경민은 마음이 녹았다. “그래서 쫓아냈잖아.” “오늘 밤엔 내가 오빠랑 잘 거야!” 여자는 박력있지만 애교 있게 말했다. “오늘 저녁에, 내가 어떻게 할지 두고봐.” “나 오빠 아이 갖을 거야.” 구경민은 무섭게 말했다. “10년 전에 네가 멋대로 날 떠나지만 않았어도 우리 아이가 벌써 10살은 됐을 거야. 네가 말 안 해도 내가 그럴려고 했어. 그때 가서 넌 떠나고 싶어도 못 떠나. 너 같은 여자는 꼭 족쇄를 걸어놔야 해.” 여자는 마음이 풀렸는지 남자의 얼굴을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 “오빠, 그동안 너무 보고싶었어.” “그럼 왜 안 왔는데?” 구경민이 물었다. 여자는 입술을 내밀었다. “처음엔 돌아오기 싫었어. 전세계를 다 돌아보고 난 다음에 돌아와서 오빠랑 결혼할 생각이었지.” “근데 오빠 같은 못된 남자가! 내가 떠난지 얼마나 됐다고 다른 여자를 찾았을지 누가 알았겠어? 오빠가 그 여자랑 만났던 거 알고 있어서 너무 화가 났어. 그래서 안 돌아왔어! 그 여자를 얼마나 데리고 사나 보려고.” “넌 성질이 여전히 막돼먹었구나, 제멋대로에 거만하고, 내가 널 어떻게 하는지 두고봐.” 말을 끝낸 뒤, 그는 더 이상 여자의 말을 듣지 않고 들어안은 뒤 위층으로 올라갔다 여자는 남자를 밀쳤다. “나 안 올라가!” 남자가
최여진은 눈시울에 눈물이 가득했다. “오빠 뭐라고 했어?” 구경민은 눈 앞에 여자를 보았다. 그는 그녀를 10년을 기다렸다. 그는 그녀가 16살이었을 때부터 사랑했고, 그녀는 고윤희보다 야심있고, 고윤희보다 간도 크고, 고윤희보다 더 재밌고 사랑스러운 장점이 가득한 여자였다. 그녀가 자신만의 생각이 있으면 이 세상 누구도 그 생각을 바꿀 수 없었다. 그녀는 구경민의 최애였다. 그녀는 구경민이 목숨 같이 아끼는 여자였다. 그러나 지금 구경민이 뭐라고 한 거지? 꺼지라고? “그 여자한테 꺼지라고 한 거야.” 구경민이 말했다. 최여진은 분노가 기쁨으로 바뀌었다. “그치.” 애교스러운 눈동자로 구경민을 보며, 그녀는 발로 구경민을 건드렸다. “얼른 나 방에 안 데려가고 뭐해?” 구경민은 그녀를 안고 자신의 안방으로 들어갔다. 마침 이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최여진은 무섭게 말했다. “누구야! 이런 타이밍에 전화를 거는 사람이!” 하지만 구경민은 최여진을 내려놓았다. 핸드폰을 보니 부소경의 전화였다. 이틀동안 서 씨 집안 어르신이 신세희의 신장을 요구하는 일 때문에, 이미 부소경의 인내심은 바닥이 났고, 부소경이 전화를 거는 거라면 분명 급한 일일 테다. 구경민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소경아, 지금 상황은 어때? 세희 씨 몸은 좀 괜찮아졌어?” 구경민이 전화에서 신세희를 언급하자, 옆에 있던 최여진의 눈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신세희! 그녀는 귀국을 하기 전부터 이 이름을 들어봤다. 들은 바로는, 신세희가 남성의 상류사회 물을 다 흐려놨다고 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서울에서 제일 높은 권력을 자랑하고 있는 구경민도 신세희에게 호의를 베푼다고 들었다. 구자현이 이렇게 말하는 걸 듣고, 최여진은 분노했다. 구경민은 최여진의 것이었다. 아무리 구경민이 필요가 없어지더라도, 자신이 밖에서 자유롭게 떠돌아다닐지라도, 구경민은 이번 생엔 최여진 한 여자만 사랑해야 했다. 어느 누가 감히 구
저쪽에 있던 신세희는 구경민이 말을 하기도 전에 이어서 말했다. “대표님, 저 이제 돌아왔어요. 그러니까 걱정 마세요, 저는 절대 임 씨 가문과 서 씨 가문 때문에 무너지지 않아요.” 구경민은 대충 대답했다. “다행이네요.” “저는 평소처럼 출근하고, 유리를 유치원에 데려다 줄 거고, 우리 집 앞에 몇 백명의 기자들이 둘러 싸고 있어도 이제 무섭지 않아요. 저는 잘못한 게 없으니까요! 제 신장은 제가 지킬 거예요!” 구경민:“......” 저편에서 신세희는 계속 말했다. “윤희 언니가 요즘 저 챙겨준다고 많이 피곤했나 봐요, 그냥 푹 자게 내버려 두세요. 그리고 말이 나와서 말인데, 두 분 이제 애 갖으셔야죠.” 신세희는 어제 자신이 기자들 앞에 있을 때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6살짜리 유리가 그렇게 용감한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프면서도 따뜻해졌다. 신세희는 고윤희가 사실 아이를 갖고싶어 하는 걸 알고 있었다. 구경민은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의 뒤에 있던 최여진은 이미 두 눈으로 독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대표님, 유리를 유치원에 데려다줘야 하고, 출근도 해야 돼서 이만 끊을게요.” 신세희는 자신이 일을 크게 벌려 놓기도 했고, 구경민의 성격을 잘 알지 못 했기에, 전화를 끊었고 구경민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 했다. 전화를 끊은 뒤, 신세희는 핸드폰을 부소경에게 돌려주면서 말했다. “윤희 언니는 늦잠을 별로 안 자는 사람이 거든요. 온화하게 가정을 지키는 사람인데, 늦잠을 잔다는 건 어쩌면 임신했다는 가능성일지도 몰라요.” 아내가 이렇게 낙관적인 걸 보고, 부소경도 웃었다. “넌 이럴 때도 남 걱정할 겨를이 있어?” 신세희는 상관없다는 듯 어깨를 들썩였다. “이틀 전에는 진짜 화가 나서 죽을 뻔했지만, 현실은요? 내가 아프고, 열이 나고, 인사불성이 되면 임 씨 가문이랑 어르신한테만 좋은 거 아니겠어요?” 멈칫하다가 그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난 나를 위해서, 유리를 위해서라도 낙관적으로 살아야 해요.
앞에 막고 있던 사람은, 부소경과 엄선우 모두 모르는 사람이었다. 5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였고, 검소한 옷차림을 보니 농촌에서 살다온 중년여성 같았다. “아주머니, 무슨 볼 일 있으신가요?” 이런 다사다난한 시기에 엄선우는 의심을 품었지만 최대한 친절한 말투로 물었다. 도련님과 사모님 사이엔 요 며칠 일이 많아서, 엄선우는 이럴 때 더욱 다른 일이 터지지 않길 바랐다. 앞을 막고 있던 아주머니는 엄선우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고, 움츠러든 느낌으로 차를 앞에서 뒤까지 더듬었다. 이런 움츠러든 모습을 보자 신세희는 자신의 엄마가 생각났다. 신세희는 바로 차 문을 열었다. “아주머니, 혹시… 무슨 일 있으세요?” “사람들… 사람들이 말하는 사람이 그쪽이에요?” 아주머니는 흐릿한 눈으로 신세희를 보았고, 딱 한번 본 뒤 이 말을 뱉고 뒤돌아 떠났다. 이상했다. 그녀는 이 아주머니를 모르는 게 확실했다.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아주머니가 멀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신세희와 엄선우는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엄선우는 신세희를 말렸다. “됐습니다, 사모님. 우선 신경쓰지 마시고, 유리부터 유치원에 데려다 주는 게 좋겠어요.” 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차로 돌아온 신세희는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부소경을 보았다. “왜 그래요 소경 씨?” 신세희가 물었다. 부소경은 살짝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리고, 그는 팔로 신유리를 감쌌다. “일단 우리 공주님부터 유치원에 데려다 주자.” 엄마 아빠가 자신의 양 옆에 앉아있는 걸 보고 신세희는 매우 기뻐했다. “엄마 아빠, 이제 앞으로 엄마 신장 달라고 할 사람 없는 거지?” 신유리는 신나서 물었다. 신세희는 신유리에게 말했다. “당연하지.” “그럼 나 이제 걱정 안 할 게.” 아이는 어른처럼 말했다. 유리는 치유능력이 아주 강한 아이였고, 멘탈도 엄청 강했다. 어제 같은 일에도, 당시엔 비록 무서웠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아이
“그 회사가 어제 새벽에 박살이라도 났데요? 주혁 씨, 몇 살인데 아직도 그런 헛된 생각만하고 있어요?” 송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박살났어요. 그냥 잔해도 안 남을 정도로요. 하룻밤 사이에 신문사 사장이 아예 그림자도 없이 사라졌다니까요.” 그들은 모두 놀랐다. 유독 신세희만 담담했다. 부소경은 그녀에게 구체적인 상황을 말해주지도 않았고, 심지어 한 글자도 안 꺼냈다. 신세희는 부소경의 성격으로, 그가 지금 당장은 서 씨 집안 어르신을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이런 거짓 보도를 하는 매체 정도는 하룻밤 사이에 없애 버릴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이건 어떻게 보면 서 씨 집안 어르신에게 본떼를 보여주는 것과 같았다. 신세희는 기분이 좋았다. 어제의 억울함은 벗고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뒤에 있던 민정아는 가방을 내려놓고 신세희 앞으로 와서 혼을 냈다. “세희 씨! 지금 웃음이 나와? 어제 그렇게 아파서 헛소리를 다 하고! 디럭테님이 일주일 휴가까지 줬는데, 왜 집에서 안 쉬고 나왔어?” 신세희는 고개를 돌려 민정아를 보았다. “그저께 병원에서 임서아한테 화를 다 분출 못 했나 봐? 그래서 나한테 화내는 거지?” “세희 씨, 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그래!” 신세희는 밝게 웃었다. “아니면 어떡해야 하는데? 난 잘못한 거 없고, 누구한테 신세진 것도 없어. 난 신나게 출근하고, 열심히 일 할 거니까, 아무도 뭐라고 못 해.” 생각을 하다가 그녀는 웃었다. “맞는 말이야! 급한 사람은 그 사람들이지! 우리랑은 상관없잖아?” “그런데 정아 씨랑 선희 씨, 그리고 윤희 언니한테는 고마워. 나 때문에 화 내주러 병원까지 찾아가서 애도 화환까지 줬다며? 하하, 진짜 생각만 해도 통쾌해!” 망설이다가 신세희가 말했다. “점심 때 선희 씨랑 같이 밥 사줄게, 임서…” 그녀는 민정아 귀에 대고 속삭였다. “임서아가… 빨리 지옥으로 떨어지라고 기원해야지!” “좋아!” 이 날 점심, 신세희와 엄선희 그리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